아침에 눈을 떴다.

알람 소리에 깨서 바로 끄고 그 자세로 한참을 있었다. '아침이구나..' 바닥을 뚫고도 남을 만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어째튼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나서 몸을 천천히 살폈다. 혹시 어디 아픈 곳이 없을까?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이 안 풀렸거나 어제 터트린 물집이 잘 못 되었거나 발목이 혹시 쑤시지는 않는지 목이 뻐근하지는 않는지... 한 군데라도 아픈 곳을 찾으면 바로 그 핑계로 오늘을 쉬겠다고 내 안의 내가 선언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살펴보 없다. 다 괜찮다. 실망감이 몰려 왔다. 잠시, 그냥 오늘은 쉬고 조금만 더 누워 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곰곰히 생각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그래 아마 좀 더 누워서 밍기적 밍기적, 그렇다고 푹 잠들것도 아니고 이따 지나보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나가자!

스트레칭을 정성을 들여 했다. 어제부터 인터벌을 시작했으니 오늘도 인터벌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몸이 무거우니 천천히 뛰어야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고 아파트 앞에 서서도 천천히 다리를 풀었다. 지나던 경비 아저씨와 인사를 했다.

어째튼 발을 내딛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은 도저히 인터벌을 할만한 컨디션이 아니다. 오늘은 그냥 뛰자. 그냥 5km 정도만, 아산병원앞까지만 휙 다녀 오자. 그럼 충분하다. 아니야, 안돼. 자꾸 예외를 두면 안되는 것이잖아. 오늘은 인터벌을 하기로 했잖아.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순간 시간은 점점 지나고 이제 곧 첫번째 인터벌 빠른 페이스를 달려야 하는 시간이 1분 남았음을 알리는 랜드 암스트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할까? 에라..모르겠다..그냥 뛰자.

매일 뛸때마다 다시 느끼는 것은 막상 뛰면 괜찮다. 날씨도 어제보다 더 풀려서 어제 다시 얼었던 잠심대교 수중보 넘어 부분도 오늘 아침은 제법 많이 녹았다.

나이키 플러스로 뛰고 난 후에 아이팟을 컴푸퓨터와 연결을 하면 바로 운동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내 나이키 플러스 계정에 저장이 된다. 그리고 나이키 플러스 사이트에서는 나의 전체 운동 기록과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든 챌린지에 가입을 해서 서로 경쟁할 수 있다.

얼마전에 새롭게 가입한 챌린지는 2월부터 누가 멀리 뛰나로 챔피언을 가리는 것인데, 내가 어제까지 4위였다. 그런데 앞의 사람들과 거리가 엄청 벌어져 있었다. 내 바로 위의 사람의 운동정보를 클릭해 보니 미국 사람인 듯 한데 최근 달린 거리가 39.5km 에 페이스는 km당 5분56초. 거의 풀코스를 뛴 것이다.

별안간 별 것 아닌, 더군다나 나와는 지리적으로도 상당히 떨어져 있으며 아무런 정보도 없고 더군다나 무슨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아니면서, 그 기록을 보는 순간 나는 내 상자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속으로 '흥. 이런 마라톤 중독쟁이 같으니..아마 이런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뛰기만 할껄..' 이라는 한 점의 근거도 없는 추측을 하며 내 상자안에서 나의 노력과 열정을 높이 사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어떤 미국인의 삶을 비하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그 순간에는 그런 나의 모습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오늘 아침에서야 뛰면서 느끼는 고통들이 나의 상자를 인식하기 시작했으니. 그러니 얼마나 나와 직접 연관된 사람들과 지낼때 수시로 상자안으로 들어가서 살까? 뛰는 것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반성을 해준 것이 고맙게도 느껴졌다.

어제와 비슷한 기록으로 돌아 왔다.

다만, 어제 터트린 물집이 아프다. 신발을 벗고 보니..물집이 또 잡혔다. 물집 속의 물집인 셈이다. 경험상 이건 매우 아프고 터지질 않는다. 얇고 둔한 겉피부 속의 물집은 쉽게 터트리고 금새 아물지만 그 속살 안에 잡힌 물집은 터트리려면 생살을 뜯어야 해서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닌데... 어쩐지 내일은 이것 덕분에 못 뛸지 모른다는 요상한 희망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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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은 간단한 5k를 뛰었다. 전날 밤에 10k를 뛰었던 지라 살짝 부담스러워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푸는 편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어제부터 새로 신은 운동화에 적응을 잘한 편이었지만 왼쪽 새끼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아무래도 왼발이 1cm이상 큰 짝발이라서 양쪽 발에 맞추다 보면 조금 적은듯 발이 꽉 끼어서 그렇다. 신고 계속 운동하다 보면 조금 늘어나서 괜찮을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오늘 뛸려면 최대한 물집을 신속히 처리해야 하기에 얼른 약국에서 밴드를 하나 사다가 화장실에 가서 물집을 손톱으로 찢고 밴드를 발랐다.

아침에 일어나 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위해서 다른 날보다 좀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처음에 8분동안 웜업을 시작해서 천천히 뛰며 몸을 풀다가 그 다음 4분을 빠른 속도로, 나의 전력질주의 80%정도의 페이스로 뛴다. 그리고 다시 웜머 페이스로 내려가 4분을 뛰며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4분간의 질주, 이렇게 총 4번을 반복하면 대략 40분간의 훈련이 끝나게 된다. 이 훈련은 체력소모를 줄이며 근력과 심폐력을 증진 시킬 수 있고 또한 지루하지 않게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itunes에서 다운로드 받은 Lance Armstrong의 코치를 받으며 뛰어서 재미있게 훈련을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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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뛸때 나의 장비들을 간단히 소개하면 우선 아이팟 터치 2세대에 나이키 플러스 신발, 그리고 신발에 장착하여 현재 뛴 거리와 페이스 등을 아이팟에 전송해 주는 센서가 있다. 따라서 아이팟으로 오늘의 운동을 설정하고 (예를 들면 10k 혹은 시간으로 60분 등) 그 다음 음악목록을 선정한 다음 뛰기 시작하면 나의 운동 정보가 계속 아이팟의 화면을 통해 나오고 또 음성으로 안내가 된다. 또 손목에 차고 있는 나이키 시계는 아이팟과 무선으로 연결이 되어서 달리는 도중 아이팟을 꺼내지 않더라도 모든 조작을 시계를 통해서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이키 플러스 운동복은 아이팟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또 그 공간안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이를 통해 이어폰을 옷 안으로 통과시킬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아이팟이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뛰면서도 부담감 없이 음악을 즐기고 거리와 페이스,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까지 소개를 하면 마치 나이키의 영업사원이라도 된 듯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고 3년 동안 사용해 본 나에게는 이처럼 유용하고 재미있는 장비가 없다.

인터벌 트레이닝의 다른 특징은 견디기 힘들도록 괴로운 4분이 지나면 편안한 4분이 오고 다시 숨이 턱까지 차며 1분1초가 견디기 힘든 4분이 지나면 다시 편안하고 꿀같은 4분의 휴식이 계속 번갈아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빠른 4분은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고 천천히 뛰는 4분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사실이 온 몸으로 체감되기도 한다. 한편 일정한 페이스로 뛰는 것보다 힘들기 때문에 정신줄을 반쯤 놓고 뛰어 뛰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거의 없기도 하다. 오직 '아..빨리 4분이 지났으면...'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생각의 주제이다.

뛰는 것과 4분을 떠올리면 로저 베니스터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인간이 달릴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이야기할 1마일을 4분 이내로 달릴 수 없다고 믿었다. 1마일이면 대략 1.6km이니, 1km를 5분에 뛰고도 헉헉 거리는 나를 꼭 빗대어 생각하지 않더라도 꽤 빠른 속도임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여하튼 그때 옥스포드의 의대생이었던 로저 베니스터라는 청년이 이 벽에 도전을 하여 1마일을 4분 이내로 들어오는 기록을 수립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신문 1면을 장식하며 널리 알려지고, 기존에 알고 있던 인간의 한계가 정복된 놀라운 사실은 널리 퍼져나간다.

그리고 불과 6주 또 한명의 다른 주자가 4분 미만의 기록을 기록하고 1년 후에는 37명,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4분의 벽을 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각종 자기개발 세미나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기로, 한계라 믿는 것들이 우리의 사고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로 많이 설명된다. 도전하고 성공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주고 아름답지 않은가.

그런데 이때 로저 베니스터가 4분의 벽을 깨기 위해서 실시 했던 훈련법이 인터벌 트레이닝과 유사한 방법으로 1마일을 4구간으로 나눠 절력질주와 회복구간을 반복적으로 연습한 것이라 한다.

하여튼 그리하여 별 생각없이 오늘의 훈련을 무사히 잘 마쳤다. 날씨가 처음에 나갔을 때에는 손이 시려워 장갑이 없음을 후회했지만 끝날 무렵에는 그냥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사람의 몸에서 나는 열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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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쯤 집을 나섰다. 봄날씨 못지 않게 따뜻한 날씨다.

어제는 집에서 싸이클을 타며 휴식을 취했고 토요일에는 밤에 나갔었다. 애초에 장거리를 생각하고 나갔기에 영동대교는 건너서 잠실철교를 건너 돌아오는 코스로 뛰었는데, 대략 12km쯤 될 것이라 생각하고 뛰었더니 실제로 그정도 거리가 나왔다. 페이스는 장거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인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다리를 건너는 것이 좋았었다. 다만 강북쪽이 뚝섬 지역이 전부 공사 중이라 가로등도 없고 온 길이 다 펜스로 쳐져있어 뛰기에는 좋지 않았다.

어째튼 어제 하루를 쉬었으니 오늘은 뛰기에 좋은 날이고, 이번 주 부터 interval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은 밤에 10km를 뛸 생각이다.

운동화를 바꿨다. 이제 이 신발로 4월까지 쭉 신을 예정이다. 그런데 너무 탄력이 좋은게 딛을 때마다 통통 튀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신발로 2년간 500km는 넘게 뛴 것 같다. 대회만 세 번 나갔으니 신발의 쿠션이 형편 없었을텐데 왜 이제사 신발을 바꿀 생각을 했을까 미련스럽다. 사실 몇 벌의 여벌을 항상 사두기 때문에 꺼내어 신기만 했으면 되는 것을...

생각해 보니 이전 운동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검은색의 가죽이 들어간 멋진 모양도 그렇고 좀 무겁기는 했지만 단단해서 발 모양을 잘 잡아 주었다. 본래 마라톤 선수들은 장거리에 유리한 경량화를 신는다지만 나같은 사람이 그런 신발을 신었다가는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우선 체중이 너무 무겁고 관절이나 근육이 충분히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쿠셔닝이 중요하고 또 나의 경우에는 딱딱한 실발이 필요하다. 이유인즉 평발인 왼발은 바닥과의 접촉면이 불안정하다. 즉 딛을 때마다 다른 부위로 딛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신발이 일정하게 발모양을 지탱해 주어 비슷한 접촉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 신발을 참 오래도 신었다.

새 신발의 탄성은 아주 좋은 편이고 다만 신발이 덜 딱딱하지만 어느 편이 좋을지는 더 뛰어봐야할 것 같다. 무릎이나 관절에는 훨씬 무리가 덜 갈 것 같다.

잠실대교에 이르자 녹색과 푸른색의 조명이 안개에 반사되어 현란하다. 볼 때마 왜 색일 저런 색인지 좀처럼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반대면은 흰색 조명이라 오히려 깔끔한데 너무 촘촘해서 오징어 잡이 배같은 느낌이 든다. 잠심대교는 아무리 봐도 모양이 정이 가질 않는다.

수중보를 지나자 여전히 한강은 군데 군데 얼어 있다. 토요일 밤에 잠실철교를 건너 뛸때 보니 정말 강 가운데에 빙하 덩어리만한 얼음이 웅장하게 떠 있었다. 계속 낮기온이 10도 가까이 되지만 두터운 얼음이 지니고 있는 냉기가 좀처럼 얼어 붙은 부분들을 꽉 붙들고 있나보다. 신기한 생각이 든다.

5km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는 강가쪽 길로 접어들었다. 올림픽대교 밑까지 이어지는 강쪽 길은 폭이 아주 좁고 강으로부터 3~5m 밖에 떨어지지 않아 강의 풍경이 가까이 보이며 길의 반대쪽은 높은 갈대숲이 있어 오붓하거나 한적하여 쓸쓸하다.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아 뛰기에는 아주 좋은 편이다. 길로 접어 드는데 강가에서 십대 후반쯤 보이는 아이들 몇명이 다리를 걷고 강에 들어가며 장난을 치고 있다. 술먹고 저러다 밤에 빠지기 좋은데, 혈기 왕성할 때에 그런 것들을 생각이나 할까. 한바탕 지나면 나중에 지나 좋은 추억일테니 부디 사고가 나지 않도록 빌어본다.

날씨가 좋아 뛰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아직은 겨울인지라 뛰는 모양새들을 보면 모두 꽤 뛰는 분들이다. 오랜 기간 동안 훈련을 한 사람인지 아니면 몇번 나오지 않은 사람인지는 알아보기가 무척 쉽다. 우선 두꺼운 옷을 입거나 얼굴을 가리고 뛰는 사람들은 초심자다. 뛰는 사람들은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절대 파카 같이 두꺼운 옷이나 얼굴을 뒤집어 쓰는 모자 종류는 하지 않는다. 그만큼 몸이 열을 발산하니까. 뛰는 자세도 그렇다. 나온지 얼마 안되거나 굳은 결심으로 오늘 처음 나온 사람, 엄마한테 운동하란 잔소리 듣고 쫓겨 나온 사람들은 허겁지겁 양팔을 휘저으며 상체의 움직임이 크게 뛰지만 오랜 기간 뛴 고수들은 일정하게 고정된 상체의 움직임으로 발이 지면에서 적게 떨어지면서 부드럽게 기운차게 앞으로 차고 나간다. 오늘은 페이스만 봐도 꽤 오랫동안 연습을 한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신기한 생각이 든다. 몸이란 것. 얼마나 정직한가? 이렇게 꾸준하게 연습하면 거리가 늘고 속도도 빨라지는 것. 하루나 이틀은 몰라도 시간이라는 지렛대로 들어올려지는 꾸준함은 생각 이상의 결과를 만드나보다. 처음에 5km만 뛰고도 헉헉 거리던 나도, 20대 초반 군인 시절 야간행군에 필름이 끊겼던 나도 어째튼 지금은 10km 정도면 기분 좋게 뛰니 말이다.

어느새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에 다시 운동을 할 것이기 때문에 무리 하지 않고 뛰었더니 1km 를 6분 조금 안되는 페이스다. 나쁘진 않네. 내일 아침은 5km 몸풀기를 뛰어야 겠다.

1월 31일 토요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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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월요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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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10km,,평발
28일의 런닝은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했다.

29일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다리를 딛을 수 없었다. 간신히 끌고 회사로 가서 오전 내내 절뚝 거리다 오후가 되니 조금 참으며 걸을만 했다. 퇴근 후 사우나에서 찜질을 하고 밤에 집에서 30분 정도 가볍게 자전거를 타며 근육을 풀었다.

어째튼 좋은 경험이었고, 몇 가지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우선 아직은 근력, 관절, 스태미너의 모든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이다. 사실 3일에 누적거리 34km에 이렇게 나가 떨어진다면 하루에 42km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원래 도전일은 4월 5일은 무모하고 몸이 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미루는 것도 나태해 지니 적당히 조절하여 4월 26일 MBC 아디다스 대회로 목표를 변경했다. 이미 신청도 완료했다.

나는 아주 편안한 속도로 뛰면 1km를 대략 6분 정도에, 좀 빠르게 뛰는 5분 30초 정도의 주행속도를 유지 중인데, 풀코스를 뛰기 위해서는 평소 속도보다 km당 30~50초 정도 느리게 뛰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6분에 뛰면 1시간에 10km 따라서 완주에 4시간 10분이 소요가 되는데, 이보다 느리게 뛴다면 5시간 가까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어째튼 3개월 내에 평소 페이스를 5분대 초반까지 끌어올려 80분 정도 주행이 가능해야 대략 4시간 언저리로 도전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대회들은 5시간까지 코스를 개방한다. 그 뒤로 처지면 교통통제가 풀린다.

어제 하루 뛰지 않고 휴식을 취한 것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휴식의 중요성을 느꼈다.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나가서 5km 정도 조금 재활 훈련을 하고 왔다. 아산병원 앞까지 왕복하는 길인데, 페이스도 좋고 무릎이 여전히 좀 아프기는 했지만 근육의 탄력도 느껴지고 더군다나 날씨가 거의 초봄 날씨였기 때문에 최고 기분으로 뛰었다.

비록 목표를 수정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충분한 도전 가치가 느껴져서 좋다. 이제 3개월의 기간도 확보되었으니 꾸준하게 페이스를 늘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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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밤새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 여기저기가 쑤시기도 하고 결리기도 하고...무거운 몸을 일으켜 막상 좀 움직이니 살만하다. 출근길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고, 뭐 하루 종일 좋은 컨디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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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참고 나이키 플러스 스포츠 킷을 다시 구입했다. 세번째다. 처음에는 얼리 어답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한국 출시 전에 미국에서 주문하여 받았었다. 어째튼 고맙게도 내가 뛰게 해준 동기가 되었었고 나의 훌륭한 코치 역할을 해주었다. 작년에 한창 때는 절대 나이크 플러스 없이는 뛰지 않았다. 그만큼 의지하고 즐겁게 나의 뜀박질을 인도해 주었었다. 2006년 8월 13일 아침 7시 11분에 5.74km의 거리가 내가 첫 나이키 플러스와 함께 뛰기 시작한 기록이다.

그리고 나서 첫번째 센서가 고장 나서 두번째를 사고, 작년에는 두번째 마저 고장났다. 사실이 센서는 소모품으로 1,000시간쯤 사용하면 밧데리가 죽어서 못쓴다.

후로는 나이키 플러스 없이도 운동할 만큼 나름 근성도 붙어서 그냥 적당히 하다가 최근에 다시 구입하려 했는데 작년에 바꾼 아이팟을 신형은 수신기 없이 센서만 있으면 되는 기종이었다. 사실 해외에는 센서만 이미 판매 중인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준비중으로 판매하고 있지 않다. 끝까지 기다리려다가 포기하고 오늘 센서와 어쩔 수 없이 필요도 없는 수신기까지 함께 구입했다. 최근 10km 코스에 대한 시간 기복이 심해서 아무래도 거리를 재야할 것 같았다.

저녁에 집에 와서 아이들과 조금 놀다 10시쯤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비교적 얇은 운동복을 꺼내 입고 센서를 신발에 장착하고 길을 나섰다. 날씨도 그렇게 춥지 않고 아무래도 밤에 뛸 땐 몸이 아침보다 가볍다.

나이키 플러스로 뛰면 아이팟이 일정 거리마다 진행 정도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몸이 조금 풀리니 금새 1km가 지나고 2km도 쉽게 지나갔다.

문제는 3km를 알리는 음성 안내가 나오고 부터 왼쪽 뒷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시큰시큰하게 아픈 것이 딛을 때마다 꽤 아프시 시작해서 살짝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4km쯤이 되자, 나는 쩔뚝 거리기 시작했다. 뛸 때 다리의 한 군데가 아픈 것은 전체의 발란스를 쉽게 무너트린다. 그렇게 되면 다른쪽의 근육이나 관절에도 금새 무리가 가서 전반적으로 매우 힘들게 되는 것이 수순이다.

생각해 보니 22일에 10km 뛰었고 23일에는 런닝머신에서 10km, 24일과 25일은 싸이클을 탔고 26일 다시 10km, 27일인 어제 다시 10km, 지난 7일 동안 오늘이 50km째 뛰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단기간 누적 거리로는 가장 많이 것이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몸에 무리가 오는 듯 하다.

그럼에도 여기서 돌아가도 다시 4km이다.앞으로 1km 더 전진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이미 여기까지 왔고 또 조심스럽게 뛰다보면 근육의 긴장이 풀려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뚝 거리며 계속 뛰었다.

그런데, 매일 돌던 10km의 반환점이 보이지도 않는데 음성 안내로 5km통과라는 멘트가 들린다. 어뿔사, 맨날 더 뛰었구나. 바보..

반환점을 간신히 돌아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길로 접어든다. 걷지만 말자라고 생각하며 계속 발을 내 딛었다. 확실한 것은 내일 못 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이 느껴질 때는 정갈하게, 일정하게, 최대한 얌전하게 뛰어야 한다. 아프면 균형이 쉽게 무너지고 전체 몸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럴 수록 더 조신하게 자세를 잡아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자꾸 자세가 흩으러진다.

얼마 지나니 잘하면 내일 못 걷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왼발이 평발이고 1.5cm가 큰 짝발이다. 군대는 3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나보다 2년 위까지는 방위였다. 밑으로 내려오며 병력이 줄어들며 현역으로 포함되었다.

평발의 전형적 특징은 발을 딛는 충격흡수에 유리한 아치형이 아닌 평평하기 때문에 장거리에 약하다. 어째튼 입대는 하게 되었고, 입대를 하면 입소대에서 다시 한번 신체검사를 한다.

그때 나를 진단한 병사는 대야에 물을 떠와 발에 물을 묻히고 땅바닥에 발바닥을 찍어보라 시켰다. 그리고 움푹 파인면이 없이 평평한 발자욱을 보고 그의 고참에게 (그땐 어리버리 훈련병이어서 그들의 계급을 잘 몰랐다) 조용히 가더니 "얘는 정말 훈련은 못 받겠는데요?" 라는 것이다. 나는 그때 지독하게 심한 감기에 걸려 있어 그렇지 않아도 지친 상태에서 그 이야기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의 상사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오더니, 슬그머니 어깨동무를 하고 나를 구석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내 귀에 속삭였다. "너 그 발 짜를래 아니면 그냥 훈련 받을래?" 질문을 듣고도 이해 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답했다. "76번 훈련병! 김!형!규! 그냥 훈련 받겠습니다!"

어째튼 생각보다 훈련은 받을만 했고 누구나 그렇듯 적응하고 나름 재미도 찾았다. 하지만 야간 행군을 앞두고는 걱정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장거리에 약한 평발이 아닌가? 야간 행군의 전날 우리 소대 담당 교관이 점오 시간에 물었다. "내일은 행군이다. 혹시 몸 아픈 사람 있나?" 몇몇 이 일어나서 증상을 이야기 하고 적당히 무시도 되고 맞는 합당한 조치도 취해졌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76번 훈령병 김! 형! 규!" 관등성명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래, 넌 뭔데?" "네 저는 왼쪽 발이 평발입니다!" "그래서?" 평발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내가 준비한 대사였다. 다음 말이 생각이 나지 않다가 잠시 후 나는 답했다. "오래 걸으면 힘이 듭니다" "야, 나도 힘들어 앉아"

그렇게 허무하게 나의 시도는 끝났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군을 끝까지 마쳤다. 신기한 것은 마지막 한 시간 정도는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주저 앉은 것도 쓰러진 것도 아닌데, 그냥 어떻게 들어 왔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 어째튼 잘 돌아왔다.

하루키는 자신의 <댈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자신의 묘비명에 이렇게 쓰여지길 바란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출발한 지점에 도착했을 때 거리를 보았다. 11.26km. 지금까지 매일 뛰려던 거리에서 1km씩 더 뛴 샘이구나. 달리기를 멈추니 허리 아래의 모든 부분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왼쪽 뒷 종아리는 말할 것도 없이.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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