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 동안 제대로 뛰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일정한 패턴이 있어
연속 달리는 거리가 30~35km 정도만 누적이 되면 컨디션이 급속히 떨어지거나 작은
부상들이 생기는 듯도 하다. 느낌이 좀 찜찜하다.
어째튼 계속해서 이럴
수는 없다. 아직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자 우선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유난히 어두컴컴한 아침이었는데 막상 나가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잠깐 뛸까 말까 망설이다 우선 비를 맞으며 몸을 풀어본다.
막상 맞아보니 그리 심한 비는 아니다. 그냥 뛰기로 결정하고 몸을 움직인다.
원래 나는 비를 좋아 한다. 비라면 여름이나 봄, 겨울 계절에
상관없이 좋아하고 아침이나 낮, 밤에 내리는 비도 모두 좋아한다. 그 회색빛이
주는 침착함과 차분함은 공통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막 빗방울이 떨어질때 피어나는
땅 냄새는 몹시도 매력적이다. 언제나 어떤 시점인가에 대한, 막연한 향수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묘한 내음이 난다. 또 차가운 계절의 비는 실내에 있을
때, 차 안에 있을 때 유난히 포근함과 안도감이 들고 마른 채
있는 다행스러움을 즐기게 해 준다.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이나 이불이 그립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덥고 습한 계절의 비는 축축함이 불쾌할 수도 있지만
더위를 한풀 꺾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그래서 비를 맞으며 뛰는 것은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다. 한강으로 들어서니 좋지 않은 날씨답게 그 넓은 공간에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수가 없다. 오늘은 그간 좋지 않은 컨디션을 고려하여 거리와 관계없이 시간으로 40분을 뛰기로 하고 영동대교 방향을 향한다. 간혹 우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지나간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틀 동안 계속 잠을 설쳤지만, 어제는 비교적 편안한 숙면을 취했다.
몸이 가볍고 그동안 계속 괴롭혔던 왼쪽 종아리도 오늘은 괜찮다. 왠만한 페이스로
절반을 뛰어 가니 앞에 영동대교가 보이는 지점이다. 거꾸로 돌아 다시 돌아온다.
비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지만 20분이 넘으며 몸이 더 풀려 속도도 조금
붙기 시작한다. 이제는 완전히 다 녹은 채 오랜 갈증 끝에 비를
맞는 한강 위로 오리 떼가 떠 다닌다. 비가 와서일까 아니면 날씨
때문일까? 한강을 오래 끼고 살았지만 그렇게 많은 오리들은 처음본다. 그 중
몇 마리가 물속으로 잠수를 해 들어 간다. 언제쯤 나올까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어 계속 몸은 움직이고 고개를 뒤로 돌리며 쳐다 보는데
거의 목이 끓어질만큼 돌아가니 그때서야 욕조 속에 깊이 넣어둔 고무오리가 튀어
오르듯 탄력있게 물 밖으로 나온다. 아마 먹이를 찾는 것이겠지. 물 속에서는
무엇을 보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비가 올 뿐이지 온도는 무척 따뜻하다.
사실 2월의 온도라고 하기에는 너무할 정도라 느껴진다. 아침 기온인데 이 정도면
영상 10도는 훨씬 넘을 듯 하다. 정말 지구의 온도 변화가 실감이
나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땀과 비로 범벅이 된다.
도착하니
7km를 조금 넘게,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다시 컨디션이 돌아오니 기분이 최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