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읽은 책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대략 6만개 정도의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단위의 생각들을 하더군요.

 

그런데 그 중에서 95%는 어제 했던 생각과 같은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상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은 대부분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런데 또 생각 중의 80%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합니다. ( Happy for No Reason, Marci Shimoff) 이 통계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미국 최고의 베스트 셀러 중의 하나였으니 근거가 전혀 없다고는 수 없겠지요.

 

저는 이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저의 머리 속에 하루 종일 떠올랐다 스쳐지나는 많은 생각들이 그렇게 다 부정적이라니, 갑작스럽게 피곤이 몰려오는 듯 했습니다.

 

MBC에서 최민수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최근 일인데요, 잘 알려진 최민수씨 노인폭행 사건에 대한 여러 시각을 살펴보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악성루머의 유포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는데요, 한가지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특강 방송 촬영을 위한 방청객을 모집한 후에 방송 시작 직전에 몇 사람에게 은밀한 미션이 주어집니다. 한 그룹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사건 (연예인 누가 자살했다 더라..였습니다.)을 거짓으로 유포시키도록 하였고 다른 그룹은 아주 좋은 일 (연예인 누가 입양을 했다더라)을 역시 거짓으로 유포시키도록 하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방청객이란 언제 카메라에 잡힐지 모르니 곧은 자세로 강사를 응시하며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녹화 중에 서로 소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가짜로 진행된 녹화가 모두 끝난 후에, 방청객들에게 사실은 이것이 실험이었음을 밝히고 참석자 중 몇 명이나 부정적 소식 (연예인 자살)을 들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제한적인 상황에서 절반이 넘는 참석자들이 이미 그 소식을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좋은 소식(입양)은 거의 그 주변에 몇 명만이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렇듯 나쁜 소식, 불행한 일, 부정적이고 쇼킹한 일들은 놀라운 흡착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주입되면 강력하게 남고 또 왠만해서 잘 지워지지 않죠.

 

쉽게 생각하면, 아마 "어머,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는 질문은 때때로 들어도 "뭐 좋은 일 있나봐? 표정이아주 좋네" 이런 이야기는 로또 당첨이 있기 전에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아주 작은 부정적이고 나쁜 일은 머리속에 계속 남아 맴돌고 확대되고 빙글빙글 돌지만 좋은 일은 그때 잠깐 반짝하고 금새 잊혀집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월급의 인상 효과는 그 소식을 들었을때 가장 높고 막상 받을 때는 이미 효과는 사라지고 난 뒤라고도 합니다.

 

그럼 대체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요?

 

간단히 생각해 보면 부정적 생각에 잘 반응하는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하여 잘 적응한 결과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과 같이 물리적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전체 기간 중 1%도 안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의 조상님들께서는 자연의 일부로 그 안에서 생존을 해 왔기 때문에, 사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신중하게 대응해야 했습니다.

 

조금 유치할 수도 있지만 2만년 전에 살았던 저의 조상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그 분께서 숲 속을 걷고 있었는데 길 모퉁이를 도는 순간 갑자기 멧돼지를 만났다고 하겠습니다. 여차저차 사투끝에 간신히 도망 칠 있었지만, 정말 소중한 목숨을 잃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정말 그때 무슨 일이라도 났다면 저는 존재하지 못했겠지요. 하여튼 집으로 돌아온 저의 조상님께서는 이제 다시는 그 숲속을 가지 않겠다는 생각, 만났을 때의 공포심, 부시럭 소리 등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알리셨습니다. 덕분에 주변의 사람들도 조심할 수 있었겠지요.

 

따라서 오래 남고 길게 가는 부정적 생각들은 인간의 생존 전략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좋은 일들, 긍정적 생각들은 짧고 순간적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현대사회로 접어들며 멧돼지를 만날 일은 줄어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와 부정적 경험들의 빈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 입니다. 특히 고도로 밀집되고 조직화된 도시속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물리적 마찰보다 정신적인 교류가 엄청나게 늘어 났기 때문입니다. 즉,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머리속에서 하루에도 차례 맹수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것 입니다. 저의 조상님처럼 물리적으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에 반응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저의 조상님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피곤할까요?

 

이 글에서 모든 것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우선 출발점은 부정적인 특성이 더 강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일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든다면, 사실 그 부정적인 사건 자체가 문제가아니라 (많은 경우 이런 함정에 빠지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식이 아직 구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것은 업그레이드이지 그 사건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